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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액스맨의 재즈 : 음울한 선율의 재즈 같은 연쇄살인마 추적극.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6. 1. 8. 22:13

    액스맨의 재즈

    The Axeman's Jazz




    레이 셀레스틴

    김은정 옮김





    20세기 초, 미국 뉴올리언스, 연쇄 살인마 그리고 재즈. 뉴올리언스는 달랐다. 이곳은 미국의 어두운 면이었다. (p.105) 사실 그랬다. 이십세기 초의 미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금주법이지만, 또 다른 하나는 인종차별이다. 노예해방선언이 무색하게, 수십년이 흐른 그 시기에도 태연하게 인종차별이 자행되던 그런 시기. 아이러니하게도 흑인 민속 음악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재즈가 인기가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그런 시대적 배경과 1918년부터 실제로 발생했던 도끼 연쇄 살인 사건을 결합시켜 독특한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작품을 읽는 중간중간 문득 음울한 재즈 음악을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그런 거 말이다.


    작가의 데뷔작인 액스맨의 재즈는 도끼살인마의 연쇄살인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세 방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뉴올리언스 지역의 이탈리아 마피아, 즉 흑수단과 협력하다 감옥에 수감된 전직 형사 루카와 그 루카의 사제이자 그를 고발한 장본인인 현직 형사 마이클, 그리고 핑커턴 탐정 사무소 뉴올리언스 지부에서 일하고 있는 아이다와 그녀의 친구인 루이스가 각각의 줄기를 타고 하나의 중심점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이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너무 다르고, 다른가 싶으면서도 비슷한 그들이 각각 전혀 다른 방향에서 때로는 얽히기도 하고 스쳐 지나가기도 하며 거대하고 흐릿하며 음울한 밑그림에 채색을 해나가는 과정이 조급하지 않게 이어진다. 제법 오랫동안 마치 각기 다른 이야기인양 흘러가던 그들의 여정은 당연히 같은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지만, 거기에 있는 것은 결코 통쾌하거나 시원스런 정답이 아니다. 그들 각자에게 서로 완전히 다른 의미와 결과를 안겨주게 되는 결말은 독자인 나에게도 역시 씁쓸함과 아쉬움을 안겨주었다. 이건 결코 이 작품 자체에 대한 감정이 아니다. 결국 드러나게 된 사건의 전말이, 이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해 풀어놓은 그 이야기가 당시의 시대상과 맞물려 지나치게 그럴 듯 했기 때문이다.


    한편 연쇄살인마를 쫒는 여정과 별개로 주인공들이 끌어안고 있는 이야기들 또한 이 작품을 흥미롭게 만든다. 1960년대 러빙 부부가 다른 인종 간의 결혼을 금지한 법에 대한 위헌 소송에서 승소하기 전까지 미국의 수많은 부부들이 그랬었던 것처럼 백인 남성인 마이클은 흑인 여성인 아내와 비밀리에 결혼 생활을 하고 있고, 일반적인 흑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밝은 피부톤을 지닌 탓에 불편한 시선과 대접을 받아야 했던 아이다와 흑인이라는 이유로 불공정한 처벌을 받아야 했던 루이스는 일방적인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악의가 자리 잡은 사회 속에서 수년간 살아 온 그들은 증오를 곱씹으며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p.361) 그들ㅡ아이다와 루이스, 그리고 마이클의 아내인 아네트 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사는 흑인들의 체념과 포기가 작품 곳곳에 배어있다. 또한 이민자로서 미국에서 살아가며 동포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기에 자신 역시 그들을 도와야했던 루카는 어떠한가. 그 시대를 살던 다양한 인간 군상이 담담하게 그려져있는 이 작품은 범죄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릴 외의 재미ㅡ혹자에겐 희망과 미래를 준다. 난 이 작품의 그런 부분들이 참 흥미로웠다. 도끼를 사용하고 범죄현장에 타로카드를 남기는 잔혹한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을 끊임없이 추적하면서도 개개인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 끈질김이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자 액스맨의 도끼의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든다. 


    * * *


    사실 이 작품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유혈이 낭자하고 피 냄새만 폴폴 나는 그런 작품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일정 부분 그런 면도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 그것만은 아닌 작품임에 분명하다. 묵직한 무언가가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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