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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즈키 선생님 9~11 : 그의 모든 생각에 다 동의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다.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6. 4. 10. 22:41

    스즈키 선생님 9 ~ 11





    타케토미 겐지 / 안은별 옮김







    드디어 스즈키 선생님의 마지막 권까지 읽었다. 9권은 전편에서부터 연결되는 학생회 선거 이야기의 마무리와 작가 스스로가 "연재 처음부터 대작이 될 예정"이라고 설명하는 문화제 이야기의 시작을 담고 있고, 이어지는 10권과 11권은 그 문화제 이야기를 전 페이지를 할애해 가득 담아낸다. 그 문화제 에피소드의 타이틀인 '신의 딸'은 작품의 마지막 에피소드이니만큼, 스케일도 크지만 생각할 '꺼리'도 많아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매번 하는 얘기 같지만, 책을 단순히 읽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에서 이야기하는 내용, 던져주는 의문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을 만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서 역시 참 반갑고 고마운 만화책이다. 아직도 주변엔 만화책, 하면 애들이나 보는 거 아니냐는 편견을 가진 이들이 제법 있는데 꼭 권해주고 싶기도 하고, 그런 이들에게 당신들이 말하는 그 '애들'이 이 작품 속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상상이나 해본 적이 있느냐고 묻고 싶기도 하고. 


    우선 학생회 선거 에피소드다. 사실 전 편을 읽으면서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니시와 그 친구들이 과연 어떻게 나올지 참 많이 궁금했었다. 현재 우리나라도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가 매번 정곡을 찌르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해 온 작가가 과연 어떻게 선거라는 제도의 맹점을 끄집어낼지 더 관심이 가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리고 작품 속 아이들은 역시나 내 기대에 훌륭하게 부응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선거에 유효참가하라고 독려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 무효표는 의미가 없는 것일까. 왜 굳이 선거에 참가하기까지 하면서 무효표를 찍는 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고백하자면 나 역시도 애매한 생각 밖에 없었다. 아니, 그리 진지하게 1인 1표가 보장되는 현대 선거제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가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물론 현재의 제도가 완벽한 제도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니시가 제기한 의문처럼, 과연 내가 내 투표권을 행사하는데에 있어서 후보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하고 있는지, 얼마나 고민을 해야 충분한 건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모두의 1표가 동등한 1표의 가치를 지니는 것이 과연 옳은가? 혹은 그 반대의 경우라면 옳을까? 정답이 정해진 문제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답을 알 수는 없지만 한 번 정도는 분명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할 그런 문제인 것도. 그래설까 기시의 회장 후보 연설 속 질문이, 바로 얼마 전 사전투표를 마치고 온 내게 직접 향한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물론 작가는 단순히 의문만 제기하고 끝내진 않는다.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자기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답을 들고 아이들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가니까. 


    그리고 마지막 문화제 에피소드인 '신의 딸'은 내 기억이 맞다면 전체 시리즈의 에피소드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고,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가장 속도감 있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내용에 대해 언급하진 않겠지만, 하나의 에피소드 안에 다양한 문제를 유기적으로 담아내는 작가의 역량이 가장 잘 드러난 에피소드가 아닐까.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이야기 중엔 이런 것도 있었다. 확실히 내 주변에서도 힘내라, 화이팅! 같은 일방적인 격려가 과연 격려일까, 같은 의문에서 출발해 그런 방향성의 조언은 지양하는 분위기가 있다. 나도 그런 편이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더 열심히 하라고 하면 울컥할 때도 있거든.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런 끊임없는 격려 혹은 등 떠밀어주는 행위가 필요할 수도 있다. 상대방이 어떤 타입의 사람일지 좀 더 진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거지. 생각해보면 스즈키 선생님 속에서 다뤄지는 이야기들은 대부분이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식적이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이 과연 그런 걸까, 놓치고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고 한 번만 뒤를 돌아보라고 한다. 참 용감하다. 절대적인 상식이나 방향 같은 건 없는데도, 중도를 지키려는 태도나 생각은 회색분자라며 배척하기까지 하는 세상인데. 하지만 스즈키 선생님은 묘하게도 이상주의자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는 아이들 앞에서는 든든한 교사의 모습을 보여주곤 있지만, 그 속에선 치열하게 고민하고 갈등하며 그럼에도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스즈키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려하지 않아서 그렇고, 그저 내가 가진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한 번 더 고민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사람이라서 그렇다. 그리고 그런 내가 그의 모든 생각에 다 동의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래도 스즈키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거려줄 사람이라서 가장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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