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독서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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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발 없는 치어리더 입니다 : 서투름이 매력적인 글,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3. 22. 20:13
2011. 012. 나는 손발 없는 치어리더입니다 어깨동무를 못해도 이어지는 마음이 있습니다 사노 아미 지음ㅣ황선종 옮김 편견이 있었다.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한 편견이 아니라,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들에 대한 편견 말이다. 문장 하나하나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힘겹고 감동적인 장애 극복기라던가, 정말 그런 일이,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주위엔 전부 천사며 성인들만 존재하는건가? 하고 물음표를 띄우게 될 정도의 미담이라던가,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이 그러리라고' 생각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선천성 사지 무형성'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노 아미의 이야기는 그렇지 않았다. 너무나도 솔직한 그녀의 글은 되려 나를 당황스럽게까지 만들었다. 결코 잘 쓰여진 글이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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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의 숲 '인간실격' : '이제 나는 완전하게,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3. 17. 22:12
2011. 011. 인간실격 세계 문학의 숲 005 : 人間失格 다자이 오사무 지음ㅣ양윤옥 옮김 문학 작품을 읽을 때에, 그 글을 쓴 사람에 대해서 항상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경우는 그의 주요 작품들이 대부분 그의 자전적인 부분을 반영하고 있기에 작가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하는 필요성이 생긴다. 그리고 그 것은 읽어야 할 글이 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세계 문학의 숲의 네 번째 작품으로 읽게 된 은 이미 한 번 읽었던 경험이 있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 접하는 소설을 읽기 전과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기대가 컸는데, 그건 내가 예전과 다르게 좀 더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내 기대는 들어맞았던 것 같다. * * * 이 소설은 액자식 구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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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버지를 죽였다 : 그는 아버지를 죽였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3. 16. 22:30
2011. 010.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 O DIA EM QUE MATEI MEU PAI 마리오 사비누 지음 l 임두빈 옮김 어떤 책을 읽기 전에 그 책을 골라서 책장을 넘기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각각 다르고 또 책마다 각각 다르겠지만, 브라질 출신의 작가 마리오 사비누의 첫 장편 소설인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 의 경우는 그 강렬한 제목이 그 계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소리내어 말하기에도, 타이핑을 하기에도 어쩐지 좀 껄끄러움을 느낄 정도로 강렬한, '존속살해' 에 대한 담담한 고백을 그 제목으로 가지고 있는 이 소설은 꽤나 흥미로운 글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 했던 생각 혹은 기대와는 많이 달랐지만, 그 어긋남이 결코 불만스럽지 않았을 정도로. 먼저 어긋난 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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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명연설 21 : 글의 힘과 말의 힘이 더해진 연설의 힘.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3. 10. 19:51
2011. 009. 세상을 뒤흔든 명연설 21 21 Speeches That Shaped Our World 크리스 애보트 지음 l 홍희연 옮김 책을 읽는 걸 좋아하지만, 연설문을 모아둔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처음엔 늘 그렇듯이 책을 손에 들고 책장을 넘기면서 씌어져 있는 글들을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약 4분의 1 정도를 읽었을 무렵, '세상을 뒤흔들'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이 글들이 어째서 나에겐 그만큼의 임팩트를 주지 못하는지 아리송해졌다. 하지만 물론 답은 정해져있었다. 이 책에 실려있는 '세상을 뒤흔든 명연설' 이라는 것은 단순히 종이에 인쇄되어 있는 글자들의 나열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글만으로는 그 힘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연설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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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1 : 시대를 넘어 만나는 매력적인 영웅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3. 6. 20:17
2011. 007.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1 헬레니즘 문화를 꿰뚫는 이윤기의 여정이 도달한 종착지 이윤기 지음 받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어버릴 수 있는 책은 별로 많지 않은데, 나 같은 경우 책이 한 손에 오래 들고 있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무게에, 재미있거나, 좋아하는 소재를 다루고 있거나, 혹은 만화책이면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은 '만화책'이라는 조건을 제외하면 전부를 만족시키는 책이었다. 애초부터 판타지라든가, 신화라든가, 영웅담이라든가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단순히 그리스 로마의 영웅들에 대해 말하는 책이 아니라 동서양의 고전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故 이윤기 씨의 글이 매력적이었던 덕분이다. 이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은 1997년부터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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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의 숲 '차가운 밤' : '그러나 그는 여전히 살아갔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2. 16. 23:23
2011. 006. 차가운 밤 세계 문학의 숲 004 바진 지음ㅣ김하림 옮김 네 번째의 세계 문학의 숲은 여태까지 만났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비교적 쉽게 읽히는 글이었다. 그건 중국의 대문호로까지 불리우는 '바진'의 글이 가벼웠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어딘지 익숙한 풍경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읽기 전까지만 해도 삼국지나 수호전 등의 고전을 제외한다면 읽은 적이 없는 생소한 중국 문학에 대한 걱정이 컸을 정도였지만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고유 명사를 제외한다면 그 언젠가의 우리나라를 살아가던 인물의 이야기라고 해도 믿겠다' 는 것이었을 정도였다. 그런 '차가운 밤'은 전쟁 중이던 1940년대를 배경으로 꿈과 열정을 가진 젊은 지식인 왕원쉬안과 마찬가지로 고등 교육을 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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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넘버 포 : 로리언에서 온 그들의 이야기.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2. 9. 20:57
2011. 005 아이 엠 넘버 포 로리언에서 온 그와의 운명적 만남 피타커스 로어 지음 ㅣ 이수영 옮김 저자 피타커스 로어는 자신 스스로를 '로리언 행성의 지도자'라고 칭하며 자신의 행성 '로리언'과 지구의 운명이 걸린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피타커스 로어가 준비 중인 전쟁의 이야기이다. 판타지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의 소설이다. 대부분의 소설이 다 그렇지만 특히 판타지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세계관과 인물들을 독자에게 납득시켜야만 하고, 이해를 받아야하며, 빠져들게까지 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을 꼽으라고 하면 다섯 손가락을 다 채울 수 없을만큼의 작품 밖에 이야기하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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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한 번쯤 상상해봤을 '세계의 책'을 찾는 모험.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2. 4. 21:22
2011. 004.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거다. 태초부터 까마득한 미래까지 세상의 모든 비밀에 대해 쓰여져 있는 책 같은 거 말이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상상을 참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난다. 머리가 좀 굵어진 다음부터는 전혀 하지 않게 된 상상이지만, 그래도 혹시 그런 책이 있는 건 아닐까, 라는 판타지만은 마음 속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러니, 이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의 초반부에 나오는 '세계의 책'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두근두근했겠지. 모든 것이 쓰여져있다는 '세계의 책'. 그 외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은 전부 '세계의 책'의 주석서, 라는 설명. 아무리 신선하고 기발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