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독서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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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스톰 : 가장 IT적인, 그래서 본능적 생존투쟁일 수 밖에 없었던.읽는다/독서 감상문 2016. 2. 11. 21:22
사이버 스톰CYBER STORM 매튜 매서공보경 옮김 한 때 바이러스니 해킹이니 사이버 전쟁이니 하는 소재들이 인기를 끌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단어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세기말적인 감성을 느끼게 된다. 어딘지 모르게 음울하고, 신비스러우며, 알 수 없는 흐릿함. 가장 최신의 기술과 선구적인 영역을 소재로 삼고 있었지만 나는 그랬다. 하긴 천재 해커와 인공지능이든 초바이러스든 양자간에 펼쳐지는 이진법의 치열한 수 싸움 따위를 아무리 글로 표현해보았자, 아무 것도 모르는 일반인의 눈엔 그리 비칠 수 밖에. 그러니 분위기라도 양껏 있어보이게, 아예 아무 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게ㅡ뭐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실제 IT(Information Technology) 전문가인 저자가 '가장 현실적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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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맨의 재즈 : 음울한 선율의 재즈 같은 연쇄살인마 추적극.읽는다/독서 감상문 2016. 1. 8. 22:13
액스맨의 재즈 The Axeman's Jazz 레이 셀레스틴김은정 옮김 20세기 초, 미국 뉴올리언스, 연쇄 살인마 그리고 재즈. 뉴올리언스는 달랐다. 이곳은 미국의 어두운 면이었다. (p.105) 사실 그랬다. 이십세기 초의 미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금주법이지만, 또 다른 하나는 인종차별이다. 노예해방선언이 무색하게, 수십년이 흐른 그 시기에도 태연하게 인종차별이 자행되던 그런 시기. 아이러니하게도 흑인 민속 음악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재즈가 인기가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그런 시대적 배경과 1918년부터 실제로 발생했던 도끼 연쇄 살인 사건을 결합시켜 독특한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작품을 읽는 중간중간 문득 음울한 재즈 음악을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그런 거 말이다. 작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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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이징 : 미래 화성, 계급사회 전복을 향한 의미있는 움직임.읽는다/독서 감상문 2015. 12. 10. 21:27
레드 라이징RED RISING 피어스 브라운이원열 옮김 마지막 책장이 가까워올수록 이렇게 끝이 난다고? 하는 생각에 조바심이 들었고, 기어이 책장을 덮게 되었을 때 부리나케 옆에 놓인 핸드폰을 들어 책의 제목을 검색했다. 다행스럽게도 삼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엔 출간되지 않았더라. 피어스 브라운의 미래 화성을 배경으로 한 이 디스토피아 삼부작의 첫번째 이야기, 레드 라이징은 그렇게 강렬하고, 인상적인, 계속 읽고 싶은 작품이었다. 미래 화성의 깊은 땅 속. 주인공인 대로우는 헬다이버다. 거대하게 진화한 살무사와 곳곳에 산재한 가스 포켓을 피해 민첩하고 재빠르게 작업을 해낼 수 있는 뛰어난 헬다이버이자 척박한 화성을 인간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나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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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선생님 1~4 : 옳다고 배웠던 것들이 과연 옳은 것일까.읽는다/독서 감상문 2015. 11. 30. 21:01
스즈키 선생님 1 ~ 4 타케토미 겐지 / 홍성필, 오주원, 송치민 옮김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 별 다른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 그 때는 그 나름대로 흥미로운 작품일 거란 기대를 했었겠지만, 1권부터 4권까지 다 읽고 난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게 틀림없다. 일본의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스즈키 선생님이 그간 보아온 일본 드라마나 영화 속 열혈 교사들의 또 다른 복제품일 거라는 생각만 빼면 말이다. 정말로 나는 이 작품이 그런 일본 특유의 교훈과 해피엔딩을 품은 만화겠거니 했다. 하지만 그런 내 얄팍한 기대는 1권을 채 반도 보지 않은 시점에 와르르 무너졌고, 느긋하게 책장을 넘기던 손이 빨라졌다. 그만큼 스즈키 선생님이란 작품은 다소 자극적이었고, 생소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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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 : 상실과 희망, 그리고 아름다운 참매 메이블을 보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5. 9. 4. 22:47
2015. 000.메이블 이야기 H is for Hawk 헬렌 맥도널드 지음 ㅣ 공경희 옮김 나는 사랑에 빠진 것 같다, 아마도. 솔직히 말하자면 저자 헬렌 맥도널드(이하 헬렌)가 아버지를 잃은 상실의 아픔으로 괴로워할 때는 기대했던 참매의 이야기가 좀처럼 나오지 않아 책장을 넘기는 손이 무뎌졌다. 하지만 그와 함께 그녀가 어릴 적부터 동경해오던 참매를 데려오기로 결정하고, 정말로 참매와 대면하기까지의 과정이 지리하면서도 한켠으론 자그마한 흥분이 채워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이야기, 그녀의 아버지의 이야기, 그리고 그녀가 어릴 적 보았던 매잡이와 매에 대한 이야기들이 두서없이 섞이면서도 명확한 하나의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헬렌은 메이블과 만난다. 어린 참매 메이블.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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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굴 : 한국형 장르문학의 또 다른 모습.읽는다/독서 감상문 2015. 7. 29. 21:16
2015. 000.무녀굴 밀리언셀러 클럽 한국편 017 신진오 지음 무녀굴. 이 소설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축축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 '굴'이라는 단어가 내게 그런 느낌이었던 모양이다. 혹은 '무녀'가 그러했거나. 어느 쪽이 되었든 공포, 호러 소설엔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아울러 이 작품 전체를 매우 압축적으로 잘 담아낸 제목이라는 건 틀림없다. 읽기 전부터도 그러할 것 같단 느낌을 받았지만, 다 읽고나서도 역시 참 잘 지어진 제목이구나, 싶다. 직관적이면서도 신비로운 그런. 이야기는 젊은 남녀로 이뤄진 산악자전거 동호회의 하이킹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된다. 물론 그들은 제주 김녕사굴. 일명 사굴으로도 불리는 그 곳을 찾는다. 애초에 정해진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마치 운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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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 : 원작의 빈 공간을 채워나가는 매력적인 작품.읽는다/독서 감상문 2015. 7. 5. 20:47
2015. 000.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 Sherlock Holmes -Moriarty-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ㅣ 이은선 옮김 열렬한 셜로키언이 아니라 하더라도, 만약 아서 코난 도일의 '마지막 사건'을 읽은 사람이라면 셜록 홈즈가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사실이 다소 갑작스럽고 의문스러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난 그랬었다. 하지만 어째설까, 모리어티 교수의 죽음에 대해선 그다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셜록 홈즈와 마찬가지로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는데도ㅡ애초에 모리어티 교수라는 존재 자체가 그렇지만. 물론 지금 앤터니 호로비츠의 이 소설,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 을 읽고 나니 이 흥미로운 단편을 보는 또 하나의 방향을 알아낸 기분이 든다. 그리고 전혀 인지하고 있지 않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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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오프 : 방황하는 스릴러 팬을 위한 안내서읽는다/독서 감상문 2015. 6. 25. 19:06
2015. 000.페이스 오프 FACE OFF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ㅣ 박산호 옮김 만약 이 책을 집어 든 누군가가 자타공인 영미 스릴러 소설의 엄청난 팬이라면, 이 책의 시도는 상상만 해도 흥분되는, 혹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런 엄청난 하나의 '사건'이다.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와 데니스 루헤인의 패트릭 켄지가, 리 차일드의 잭 리처와 조셉 핀더의 닉 헬러가 하나의 글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함께 사건을 해결하다니. 팬이 쓰는 팬픽션이 아닌, 진짜 그들의 부모인 작가들이 의견 교환을 하며 써내려간 콜라보레이션 작품들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니. 영미 스릴러 문학의 팬이 아닌 이들도 쉽게 와닿게끔 부연 설명을 하자면 그런거다. 아서 코난 도일과 모리스 르블랑이 펜 끝을 맞대고 셜록 홈즈와 아르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