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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2007) : 이미지의 혼란 속에 빠져버리다.본다/영화를 봤다 2010. 12. 5. 16:45M
2007
이명세와 강동원이 만난 두 번째 작품, M. 사실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당시에 무슨 사정이 있었던건지 타이밍을 놓쳐 보지 못했다. 사실, 영화관에 걸려있을 때 보지 못하면 왠만한 영화는 그냥 못보고 지나가기 마련인데 모 영화 예매 사이트에서 영화를 예매하면 주는 VOD 상품권을 매번 버리기만 하다 한 번 써볼까 싶어 뒤적일 때 눈에 들어왔던 게 바로 이 M 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역시 이 영화, 최소한 영화관에서 봤어야 했다.
어째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내 이유는 '그래야 그나마 이 영화의 미덕인 화려한 이미지라도 즐길 수 있었을테니까' 다. 그러고보면 이 감독의 전작인 '형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이미지의 폭격'이란 말을 썼었다. 그만큼 '형사'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드러나기 시작한 이명세의 이미지가 극대화되었던 작품이었다, 고 생각했다. 그런데 M를 보면서 나는 혼란에 빠졌다. 꿈 속에서 부유하는 듯한 이미지들이 그랬고, 어디서부터 현실이고 어디가 현실이 아닌지 그 모호한 경계가 머리를 아프게 했다. '형사'를 보면서도 '내러티브가 실종되었다'고 했었던 나로서는 그보다 더한 M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하나다. 그러니까 이 영화,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고. 혹 오해할까봐 이야기하지만 M의 모호함은 '인셉션'의 모호함이 아니다. M은 영화 자체가 모호하다. 첫사랑의 기억이란 그러한 법이라고 한다면야 정말 할 말이 없지만, 장르조차 파악할 수 없는 불분명함 속에서 그저 빛을 발하는 것은 배우들의 비주얼과 다양한 색깔들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이미지 정도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말이다.
방금 말했지만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이 영화에 대해 무어라 말할 수가 없다. 까칠하고 신경질적인데 슬럼프에 빠지기까지한 작가가 까맣게 잊고 있던 첫사랑의 기억을 환상 속에서 쫒아다니는 그런 얘기, 라고 생각은 하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나까지 신경질적이 되는 거 같다, 영화 속 민우의 여자친구를 연기한 공효진처럼.
배우 강동원은 어찌보면 이명세의 이미지를 가장 잘 살려주는 비주얼을 가진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바라건대 이명세가 계속해서 이렇게 작품을 만들어나갈거라면, 강동원 말고 다른 배우를 찾아줬으면 좋겠다. 그의 영화에 안어울려서가 아니라, 배우 강동원을 좋아하는 팬의 입장에서 보기가 힘들어서 그렇다. 언제까지고 비주얼 하나 보고 영화 보러 갈 순 없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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