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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렛 미 인 (2010) : 소년, 소녀를 만나다.
    본다/영화를 봤다 2010. 11. 26. 21:44
    렛 미 인
    Let Me In, 2010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하나였다. 영화 '킥 애스'의 진정한 히어로였던 '힛 걸' 클로에 모레츠가 나오는 영화였기 때문에. 아직 어린 여배우만을 보고 작품에 대한 신뢰감을 가진다는 것은 조금 섣부른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녀가 나오는 영화라면 여기저기서 만들어지는, 뱀파이어 붐에 편승한 그저 그런 영화는 아니지 않을까, 라는 그런 게 있었던 거다. 비록 뱀파이어 영화일지라도. 여기까지 얘기했으니 알아챘겠지만, 나는 이 영화의 원작 소설도, 이전에 만들어진 스웨덴 판 렛 미 인에 대한 것도 전혀 몰랐었다. 하하. 그렇게 보게 된 렛 미 인은 확실히 조금 예상을 뛰어넘는 영화였다.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졌다면서도 그렇지 않은 느낌이 드는 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12살 소년 오웬과 12살에 머물러 있는 소녀 애비다. 여자 아이 같은 곱상한 외모에 가냘픈 체격의 오웬은 학교에선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엄마와 아빠는 이혼 소송 중이다. 늘 혼자 놀이터의 정글짐에 걸터앉아 혼자 시간을 보내던 오웬 앞에 나타난 애비는 아버지와 함께 새로 이사온 소녀. 당연한 전개겠지만, 서로 친구라곤 없던 오웬과 애비는 가까워지기 시작하고, 그와 동시에 오웬이 사는 작은 마을은 흉악한 살인마의 등장에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한다. 아, 정확하게는 이렇게 이야기가 시작하는 건 아닌데 잠시 헷갈렸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궁금한 마음에 스웨덴판 렛 미 인까지 찾아봤기 때문에 조금 헷갈린다. 하하. 

         사실 스웨덴판, 헐리우드판으로 나누고 있는 건 두 작품이 제목도 같을 뿐더러 모두 하나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두 영화는 거의 똑같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진행이 되는데 세부적인 설정의 경우 다른 부분도 있지만 우선 가장 큰 줄기가 되는 12살 소년ㅡ헐리우드판에선 오웬, 스웨덴판에선 오스칼과 소녀ㅡ헐리우드판에서의 애비, 스웨덴판에선 이엘리의 관계는 사람과 언어만 바뀌었을 뿐 거의 같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니, 이 두 영화를 비교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지, 싶다. 또, 헷갈리는 것도! 하하. 어쨌든 확실한 건 스웨덴판을 보고 난 뒤에야 이번에 만들어진 렛 미 인이 '헐리우드스럽다'는 걸 깨달았다는 거다. 스웨덴판과 비교해 보다 감정적이고, 보다 잔혹하고, 보다 적나라하게 이야기를 그려낸 것만은 확실하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스웨덴판과 비교했을 때 그러했다는 거지, 이 영화 자체만을 놓고 봤을 땐 솔직히 헐리우드스럽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 ^^;

    * 이 아래부터는 스포일러성 글이 이어집니다.

    애비를 연기한 클로에 모레츠.

         어쨌든 이 영화, 나는 꽤 괜찮게 봤다. 사실 난 기댈 곳이 없는 어린 소년 오웬이 자신에게만은 상냥한 뱀파이어 소녀를 사랑하게 된건지 어떤건진 모르겠다. 물론 어린 나이라고 사랑을 아네 마네 따위의 고루한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어쩌면 오웬의 선택은 반쯤은 타의적이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자신의 미래를 정확하게 볼 수 있었기에, 망설이기도 하고 잊으려고도 했던 소년 오웬이 결국 걷게 되는 길은 자신이 의도치 않았던 '사건'으로 인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고, 결국 그건 오웬 자신이 완벽하게 골라 선택한 길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나 싶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오웬은 '사랑일지도 모르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기로 결심을 한 것 같다. 그 소년의 미래가, 그 소년과 내가 본 그러한 미래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 나만 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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