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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스토퍼블 (2010) : 통제를 벗어난 일상이 주는 긴장감.
    본다/영화를 봤다 2010. 11. 29. 23:27
    언스토퍼블
    Unstoppable, 2010










          영화 초반, 이 영화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는 자막이 뜬다. 하지만 요즘은 워낙에 그런 영화가 많다보니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냥 아아, 그렇군- 하고 무심코 넘기고 만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 이상 진행되는 시점, 어쩐지 그 문구가 다시 떠올랐다. 그러니까,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이란 말이지? 그러자, 안 그래도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던 영화가 한층 더 오싹할 정도의 몰입을 하게 만든다.

         그렇다. '언스토퍼블'은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한 '헐리우드 재난 영화'다. 바로 앞 문장에서 유추할 수 있을 법한 '지극히 뻔한 전개' 나 '평범한 영웅' 같은 거, 물론 나온다. 그게 헐리우드 재난 영화니까. 소재는 폭주하는 기차. 느슨한 철도 회사의 직원의 부주의로 일명 777로 불리는 기차가 기관사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 기차에는 연료뿐 아니라 상당한 양의 페놀도 실려있다. 열차의 속도는 70마일 이상, 쉽게 말해 시속 100km 이상으로 윌(크리스 파인)이 나고 자란 도시를 향해 질주한다. 그리고 그 폭주하는 기차를 막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베테랑 기관사 프랭크(덴젤 워싱턴)과 입사 4개월차의 신참 윌 뿐이다. 뻔하지 않나. 이 영화가 어떻게 전개될런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엄청나게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였다. 어떻게 전개될지, 심지어 어떻게 마무리될지조차 뻔히 눈에 보이는데도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달까. 아무래도 속수무책으로 그저 경악하며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천재지변과는 다르게 인간의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된 인재다보니 어떤 의미, 보다 공포스럽다. 게다가 그 대상이라는 것이 친숙한 일상 속에서 편리하게 이용하는 기차. 익숙해져 있기에 그것이 내재하고 있던 위험성이 드러나는 것은 꽤나 무서운 일이더라. 영화 속 대사처럼, 그냥 기차가 아니라 '미사일'이 되어있었다, 그 기차는. 게다가 그런 손쉽게 막아낼 수 없는 재앙을 앞에 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선택들 또한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고.

    프랭크 역의 덴젤 워싱턴.

    윌 역의 크리스 파인.

         생각해보면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를 화면에 잡아봤자, 그게 그만큼의 속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워낙에 길고 거대하다보니 지금 시속 100킬로미터라고 해봤자 느껴지지 않는단거다. 그런 편견을 깨는 화면들은 꽤 인상적이었다. 교차편집과 다양한 앵글, 기차 그 자체로는 느껴지지 않는 속도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시도들이 제법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기차를 멈추기 위해 아주 작은
    연료 공급 버튼을 노린 사격을 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는데, 그 대부분의 방법들이 실제로 시도되었다고도 하더라. 페놀이 실려있던 것도 사실이고, 아 무엇보다 두 사람의 평범한 영웅이 있었던 것도.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본 이유가 덴젤 워싱턴이었던터라, 덴젤 워싱턴과 크리스 파인이 연기해 낸 두 평범한 영웅, 프랭크와 윌도 꽤 만족스러웠다. 특히 덴젤 워싱턴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이 심각한 재난 속에서도 한줄기 빛이 되어 나를 웃겼고. 하하.

         여튼 좋았다, 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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