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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파카바나 (2011) : 그래도 변하지 않는 관계, 엄마와 딸.
    본다/영화를 봤다 2011. 5. 23. 23:52
    코파카바나
    Copacabana, 2010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나는 약간의 걱정을 했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다루는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도 관객을 울리려고 하는 혹은 울게 만드는 영화일까 싶어서. 난 영화관에서 눈물을 흘리고 싶어하지 않는 편에 속하는 사람이고 그게 별다른 사건이 없더라도 생각하면 어쩐지 울컥하게 되기 마련인 부모님과 관련한 이야기 때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이 프랑스 영화 코파카바나는 그런 나의 섣부른 걱정을 기우로 만들어준 영화였다.

         영화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자유롭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고싶은 한 여자, 바부와 그렇게 자기에게 주어져왔던 자유로움이 더이상 자유로움으로 느껴지지 않는 또 다른 여자, 에스메랄다가 있다. 그리고 그녀들의 관계는 어머니와 딸이다. 그녀들은 갈등한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딸들이 그렇듯이. 그녀들은 서로가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 대부분의 부모와 자식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서로를 거부한다. 그렇게 딸은 엄마에게서, 엄마는 딸에게서 벗어난다. 그리고 이 영화는 특이하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엄마는 훌훌 모든걸 털고 낯선 나라로 낯선 일을 하기 위해 떠난다. 하지만 그녀가 떠나게 되는 곳은 그녀가 늘 동경하며 가고 싶어하는,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브라질의 '코파카바나' 비치는 아니다. 같은 비치는 비치지만 비도 자주 오고 맑은 날이 더 많은지 흐린 날이 더 많은지 알 수 없는 벨기에가 그녀의 목적지다. 그녀는 늘 세상을 떠돌며 살아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떠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른 점이라면 이번엔 그녀에게 확실하고 분명하며 절실한 목적이 있다는 것. 

         늘 꿈을 꾸며 사는듯한 그녀, 바부. 어떨 땐 방종으로 느껴질 정도로 자유로운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던 그녀가 딸의 선언과도 같은 거부에 자신의 삶의 방식을 바꿔보고자 시도하기 시작한다.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소박하지만 어려운 그 목표는 자유롭던 그녀를 검은색 수트에 가둘수 있을만큼의 힘을 지녔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다. 솔직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쉽게 믿고, 얽매이는걸 좋아하지 않고, 무엇보다 즐거운 것이 제일 즐거운 그녀는 변하지 못한다. 다신 안 볼 것처럼 헤어져도 다음날이면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맞붙잡곤 하는 다른 여느 모녀들처럼 그녀들도 그렇지만 역시 또 싸우게 되는거다. 딸은 딸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서운하고 진심을 몰라주는 상대방 때문에 속상하다. 하지만 그녀들은 결국 엄마와 딸이다. 세상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여자다.

         선과 악이 분명하고, 해피엔딩이든 아니든 분명한 결론을 내려주는 헐리웃 영화와는 다르게 영화는 그냥 흐르듯이 그녀들을 담는다. 내가 지레 겁먹었던 것처럼 눈물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이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딸을 사랑하는 바부와 이해할 수도 없고 어떨 땐 부끄럽기도 한 엄마지만 그리고 그런 엄마가 먹을 일이 없을지라도 엄마가 안 먹는 음식을 준비하려고 하는 무신경한 남자친구에겐 화가 나는 딸, 에스메랄다.

         그녀들은 결국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들은 엄마와 딸이다. 
         세상 모든 여자들이 그런 것처럼.

    * * *



         내게 영화가 만들어진 나라나 사용되는 언어가 볼 영화를 고르는 데 있어 큰 고려대상이 아니긴 하지만 역시 프랑스 영화는 참 좋다. 운좋게 좋은 프랑스 영화만 만났던 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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