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독서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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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바이 : 미완성으로 남아버린 다자이 오사무의 유작, '굿바이'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10. 14. 23:17
2010. 051. 굿 바이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집 - 그가 우리에게 보낸 마지막 인사는 '익살'이었다. 다자이 오사무 지음 ㅣ 박연정 외 옮김 나에게 있어서 유일한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 실격'이었다. 가지고 있는 그의 유일한 작품도 그것이고, 읽어본 적이 있는 것도 '인간 실격' 뿐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나에게 다자이 오사무는 딱 '인간 실격'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대로의 이미지 밖에 없던 작가였다. 우울하고 어둡고 냉소적이며 퇴폐적이고 자기 파멸적인 그런. 그러니 그의 다른 면ㅡ익살이라고 표현된 그런 면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에 기대하고 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거 같다. 하지만 이 단편선집이 오로지 그런 새로운 다자이 오사무만으로 채워져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쓰여진 그의 작품들과는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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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사이코패스 : FBI 프로파일러들이 파헤친 연쇄살인범의 심리.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10. 12. 23:37
2010. 049. 이웃집 사이코패스 FBI 프로파일러들이 파헤친 연쇄살인범의 심리 폴 롤랜드 지음 ㅣ 최수묵 편역 나는 그들에게 상처를 입힐 생각이 없었다. 그저 죽이고 싶었을 뿐이다. ㅡ 데이비드 버코위츠, '샘의 아들' 듣기보다 겁나지 않았다. 무척 재미있었다…….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ㅡ 알버트 드 살보, '보스턴 교살자' 굉장히 섬뜩한 제목이지 않은가. '이웃집 사이코패스' 라니. 그만큼 사이코패스들은 그들이 잡혀가는 순간까지도 그들이 그런 잔혹한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인물들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평범하게 우리 옆 집에 살며 우연히 마주치면 웃으며 인사 나누던 이가 알고보면 잔혹한 연쇄살인마, 라는 상상을 유도하는 이 책의 제목은 참 평범하면서도 무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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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퍼케이션 : 이우혁의 화려하고도 잔혹한 귀환.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10. 7. 21:50
2010. 047. 바이퍼케이션 -하이드라 BIFURCATION HYDRA 이우혁 지음 무척이나 오래간만인 이우혁의 신작 '바이퍼케이션'의 감상문 서두를 그의 전작에 대한 얘기로 풀어내는 것은 참 식상하겠지만 어쩔 수가 없다. 무엇보다 그의 데뷔작인 '퇴마록 시리즈'는 내가 '바이퍼케이션'을 읽고 싶어했고, 결국 읽었던 이유이기도 하고, 작가 이우혁이 '바이퍼케이션'을 통해 뛰어넘어야 하는 대상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퇴마록' 이후로도 '왜란종결자'라든가 '치우천왕기' 같은 여러가지 작품들이 존재하지만 어쨌든 작가 이우혁의 대표작은 '퇴마록'이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다른' 이우혁을 볼 수 있을 거라던 호언장담은 사실이었고, 정말로 '퇴마록'의 이우혁과 '바이퍼케이션'의 이우혁은 확실히 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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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라이프 : 자유인의 자유로운 이야기.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10. 3. 17:26
2010. 048. 어드벤처 라이프 Adventure Life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ㅣ 양윤옥 옮김 본디 에세이라는 게 자유로운 글이긴 하지만, '어드벤처 라이프'는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 글을 쓴 '다카하시 아유무'라는 사람이 얼마나 자유로운 사람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느낌의 책이다. 글 첫머리에 그는 이 책 속에《다카하시 아유무라는 서른 살 남자의 모든 것,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게 이십 대의 나날을 달려온 그의 행동과 감각의 기록,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유로운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이 담겨져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정말로 이 책은 스스로를 자유인이라 칭하는 저자와 어울리는 참 자유로운 책이었다. 슬며시 미소짓게 되어버릴 정도로. 이 책은 저자인 다카하시 아유무의 이십대를 스스로 밝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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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오페아 공주 : 있을 법한 환상.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10. 1. 21:39
2010. 046 카시오페아 공주 이재익 지음 '카시오페아 공주'를 읽었다. 읽기 전부터 인기 라디오 방송인 컬투쇼의 PD가 쓴 소설집이라는 얘기를 들었기에, 재기발랄한 무언가를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고, '판타지, 멜로, 호러, 미스터리, 로맨스가 결합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소설집' 이라는 선전 문구를 보면서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은 조금 아리송할 따름이다. 확실히 판타지도 있고 멜로도 있고 호러....(라기보단 고어함)도 있는 듯 싶고, 미스터리도 있고, 로맨스도 있는 듯 하지만 몽환적이며 환상적이었다고는 말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현실적이었으니까. 이 책 속의 다섯 이야기는 정말 있을 법한 느낌을 주는 판타지다. 혹은 있어서는 안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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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 : 중학생 탐정 콤비와의 첫만남.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9. 13. 20:47
2010. 042.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 今夜は眠れない 미야베 미유키 지음 ㅣ 김해용 옮김 뒤늦게 일본 장르 문학에 손을 대기 시작한 탓에 읽고 싶은 게 산더미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작가가 미야베 미유키. 물론 왠만큼 인기 있는 작품은 차례차례 영상화되는 일본이다보니 그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는 꽤 봐왔지만, 그녀의 글을 직접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그 작품이 또 일반적으로 알려진 미야베 미유키스러운 글이 아닌데다 얼마 전 읽었던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에 이어 또 거의 20여년전에 쓰여진 소설이라는 건 ^^; 물론 오래전 글이나마 번역되어 출간되는 걸 기뻐해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주인공은 평범한 ㅡ음모론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평범한 중학생 마사오. 탐정 콤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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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 일상 속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이야기.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9. 11. 21:07
2010. 045.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2, 古書店アゼリアの死體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ㅣ 서혜영 옮김 처음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내 멋대로 상상했던 게 있다. 책냄새 풀풀 나는 오래된 헌책방에서 기묘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 이 헌책방을 무대로 명탐정과 영리한 범인 사이의 치열한 공방이 오가고 등등. 뭐 결국은 헌책방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일 거라고 예상하고 기대했단 얘기다. 그런데 어떠했냐고? 아, 뭐, 아예 틀린 건 아니었지만, 기대를 충족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정도의 등장이었고 장소였다, 헌책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즐겁게 보았다, 이 소설. 총 세 작품이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라는 시리즈로 묶여있다던데, 이미 출간된 첫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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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 코리아 : 내가 김진명을 쉽게 읽지 못하는 이유.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9. 9. 19:50
2010. 040. 바이 코리아 BUY KOREA 김진명 지음 지금보다 더 어렸던 시절, '하늘이여 땅이여'라는 소설을 통해 처음 '김진명'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 후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를 비롯해서 '가즈오의 나라', '황태자비 납치사건', 그리고 '코리아 닷컴' 까지 그의 신간이 나올때마다, 혹은 구간들을 뒤져서 읽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의 글을 편하게 읽지 못하게 되어버렸고, 꾸준히 발표되는 그의 '흥미로워 보이고 재미있을 것 같은' 신작들을 의식적으로 피하게 되어버렸다. 어째서? 물론 처음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테지만 최근엔 그저 습관처럼 그렇게 해왔던 것 같다. 그러다 북테스터로 선정되어 아주 오래간만에 읽게 된 그의 소설이 바로 이 '바이 코리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