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길 : 역사의 흐름 속에 새겨진 한 사람의 이야기.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12. 8. 23:54
2011. 000. 아버지의 길 1 : 노몬한의 조선인, 2 : 노르망디의 코리안 이재익 지음 1. 12월에 개봉하는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란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의 가장 치열했던 노르망디 전투의 자료 사진 속 독일 군복을 입은 동양인 사진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장동건과 오다기리 죠, 라는 화려한 캐스팅도 캐스팅이지만, 독일 군복을 입고 있었다는 동양인, 그러니까 당시 조선인이었을 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더 앞선다. 그리고 이재익의 '아버지의 길'은 '길수'라는 한 조선인 남자가 바로 그 노르망디 속 동양인이 되어가는 여정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완전히 같은 내용은 아니겠지만, 분명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두 작품 중 나는 소설 쪽을 먼저 접하게 됐다. 2. 이 소설은 한 방송국 P..
-
50/50 (2011) : 특별하지 않고 싶은 특별한 남자의 이야기.본다/영화를 봤다 2011. 11. 28. 14:37
50 / 50 2011 50 대 50. 사실 정말로 세상을 간단하게 본다면, 모든 것의 확률은 50 대 50이다. 쉽게 말해서 어떤 병이든 걸려서 죽을 확률은? 죽을 확률 반, 안 죽을 확률 반. 물론 여태까지 같은 상황을 겪어온 환자들의 치사율이라면 달라지겠지만 인생의 확률은 대개 반반이다. 그러니까, 평범하게 살고 있던 남자가 느닷없이 이름조차 낯선 암에 걸릴 확률도 그렇다. 그건 그 남자가 담배도, 술도 하지 않고, 교통사고가 날까 위험하다는 이유로 운전도 하지 않고, 차가 오가지 않아도 꼬박꼬박 신호등 신호를 지키며 사는 평범한 남자여도 마찬가지다. 물론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친한 친구와 함께 라디오 방송국에서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며, 화가인 여자친구와 나름 즐겁게 살고 있는 남자, 아..
-
완득이 (2011) :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어준' 사랑스러운 영화.본다/영화를 봤다 2011. 10. 30. 12:30
완득이 2011 이 영화의 포스터에는 김춘수 시인의 '꽃'을 살짝 비튼 홍보 문구가 쓰여 있다. 라고. 물론 이건 원작 소설 속에 등장하는 문장일수도 있겠지만 읽지 않은 나로서는 알 방법이 없다ㅡ하지만 정말 완득이로선 그런 심정일테니 원작에 나오는 문장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여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이 영화, 완득이는 내가 미처 부르기도 전에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어준' 사랑스러운 영화라고. 사실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는 건, 최소한 이야기 자체만큼은 상당히 매력적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관계자들 풀어서 책 사들여 만드는 그런 베스트셀러 말고, 진짜 베스트셀러. 그런 의미에서 완득이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가진 영화다. 원작을 보지 못한 나 같은 감상자의 경우 반대의 논..
-
컨테이젼 (Contagion, 2011) : 이것은 영화다.본다/영화를 봤다 2011. 10. 21. 11:07
컨테이젼Contagion, 2011 솔직히 말하자. 내가 이 영화를 보려고 생각했던 것은 오로지 배우들 때문이었다. 이 쟁쟁한 배우들 중에서 굳이 좋아하는 배우를 꼽으라면 주드 로, 정도지만 내가 좋아한다고 하지 않는다 해서 이 배우들이 가진 힘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 배우들이 '전부' 한 번에 나오는 영화라면 봐두는 게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가 정확히 맞다. 그렇게 충실한 마음가짐으로 영화를 보면서, 또한 보고나서 생각한 것은, 어쨌든 그래도 이건 영화라는 거였다. 혹은 영화라서 다행이다, 라고 해야하나?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다시 이 영화를 떠올리는 지금, 막상 볼 때는 못 느끼던 스산함이 느껴지는 것은 이 영화가 마치 한 편의 다..
-
사라진 소녀들 : 가장 약한 것도, 가장 강한 것도 사람이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10. 16. 22:04
2011. 000. 사라진 소녀들 BLINDER INSTINKT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ㅣ서유리 옮김 1. 처음 이 책에 대한 소개를 읽었을 땐, 이런 장르의 소설에 곧잘 등장하는 사이코패스의 이야기일거라고만 생각했다. 10살 남짓의, 붉은 색의 머리카락과 고운 얼굴, 옅게 흩뿌린 듯한 주근깨의 소녀. 게다가 앞을 보지 못하는 어린 아이. 이런 소설 속의 사이코패스들은 대개 특정한 대상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그래서 나는 단지 그 사이코패스가 집착하는 대상이 저런 특징을 가진 소녀로구나,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달랐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단순히 그 사이코패스적인 범죄 자체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그 범죄의 또 다른 피해자들 ㅡ쉽게 놓치기 쉬운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
릴라, 릴라 (2011) : 마음 편하게 봐야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본다/영화를 봤다 2011. 10. 11. 18:21
릴라, 릴라 Lila Lila, 2009 언제나 그렇듯이 별다른 정보 없이 보러 간 영화, '릴라 릴라'는 나처럼 로맨틱 코미디를 그다지 즐겨보지 않는 사람도 볼 수 있을만큼 적당히 로맨틱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였다. 사실 꽃분홍 색의 포스터 이미지와 무슨 뜻인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상큼발랄한 느낌의 '릴라 릴라'란 제목만 봐선 꽤 간질간질한 영화를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존재감 없는, 정말로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소심한 남자 다비드(다니엘 브륄)의 독백, 아니 푸념으로 시작한다. 사실 이 배우, 아니 다비드는 얼핏 이완 맥그리거를 연상케하는 외모를 가졌기 때문에 나로선 왜 존재감이 이리도 없는건지 의아하기까지 하지만 확실히 이 영화 속 다비드는 참 존재감도 없고 거기다 소심하기까..
-
평범한 날들 (2011) : 평범해서, 불편하다.본다/영화를 봤다 2011. 9. 27. 21:46
평범한 날들 Ordinary Days, 2010 이 영화를 보기 전 막연히 이런 생각을 했다. 대체 평범하다, 는 건 뭘까.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일까?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남과는 다르다. 그러니 평범=남과 똑같다, 는 얘기도 아니다. 그렇다면 평범하다는 건 대체 뭘까. 흔히 있을 수 있는, 뭐 그런건가? 도무지 답이 나질 않는 의문이 끊임없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난 이 영화, '평범한 날들'을 보면 조금쯤은 그 답을 알 수 있을까, 따위의 기대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기대는 어긋났다. 얼핏 평범한 듯 보이는 세 사람, 두 사람의 남자와 한 사람의 여자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는 독립영화 '평범한 날들'은 송새벽에게 낚였다, 는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
-
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 : 나는 상처를 넘어설 것을 '선택'한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9. 21. 22:08
2011. 000. 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 인생의 크고 작은 상처에 대처하는 법 안드레아스 잘허 지음ㅣ장혜경 옮김 마지막 책장을 덮고, 감상문에 함께 올릴 책의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었다. 핸드폰 화면 상으로 찍힌 사진은 참 선명하고 깨끗해서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 단 한 장의 사진을 메일로 전송하고, 감상문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전송된 사진을 다운 받아 열었을 때, 핸드폰으로 확인했을 땐 보이지 않았던 푸르스름한 얼룩이 사진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순간 먹먹해졌다. 사진 속 그 얼룩은 마치 멍이 든 것처럼 보였고, 상처라는 것도 이런 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거다. 이 책, '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 이라는 긴 제목을 가진 이 책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