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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자 (2011) : 누가 진짜 '음모자' 인가.본다/영화를 봤다 2011. 6. 25. 13:24
음모자 The Conspirator, 2010 *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실화를 그린 영화이므로 명확하게는 스포일러라고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영화 전개에 대한 언급이 비교적 상세히 되어 있는 편이니 주의가 필요한 글입니다. 좋아하는, 정확하게는 시카고에서 살던 시기에 좋아하게 된 역사적 인물 중 하나인 링컨 대통령의 암살을 소재로 그 뒷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라는 것도,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이 4년 만에 들고온 영화라는 것도, 현재 내게 '찰스 이그재비어'와 동일시되어 있는 제임스 맥어보이가 변호사로 나온다는 것도, 그리고 음모자(Conspirator)라는 제목조차도 전부 이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었던 이유였다. 아, 그리고 물론, 실망하진 않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영화에 몰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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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파카바나 (2011) : 그래도 변하지 않는 관계, 엄마와 딸.본다/영화를 봤다 2011. 5. 23. 23:52
코파카바나 Copacabana, 2010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나는 약간의 걱정을 했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다루는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도 관객을 울리려고 하는 혹은 울게 만드는 영화일까 싶어서. 난 영화관에서 눈물을 흘리고 싶어하지 않는 편에 속하는 사람이고 그게 별다른 사건이 없더라도 생각하면 어쩐지 울컥하게 되기 마련인 부모님과 관련한 이야기 때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이 프랑스 영화 코파카바나는 그런 나의 섣부른 걱정을 기우로 만들어준 영화였다. 영화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자유롭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고싶은 한 여자, 바부와 그렇게 자기에게 주어져왔던 자유로움이 더이상 자유로움으로 느껴지지 않는 또 다른 여자, 에스메랄다가 있다. 그리고 그녀들의 관계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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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코드 (2011) :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이야기.본다/영화를 봤다 2011. 5. 8. 13:03
소스 코드 Source Code, 2011 이 영화는 더이상 기발하다고 할 수는 없는 소재,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머릿 속으로 들어간다거나, 과거로 돌아간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90여분의 러닝타임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진부하기보단 신선했고, 머리가 아프거나 복잡하기보단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건, 이 영화가 애초에 관객과의 치열한 두뇌게임을 즐기기 위해 ㅡ마치 인셉션처럼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의 타이틀이자, 이 SF 영화의 핵심인 '소스 코드'는 '타인의 8분 전으로 무한정 돌아갈 수 있는' 기술이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이해한 게 정확하다면 말이다. 그리고 사실 그게 다다. 소스 코드에 대해서 더 알아야 할 것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이고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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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의 숲 '나사의 회전' : 그녀는 무슨 일을 겪은 것인가.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4. 26. 23:35
2011. 015. 나사의 회전 세계 문학의 숲 006 : The Turn of the Screw 헨리 제임스 지음ㅣ정상준 옮김 소설이라는 장르의 글이 초반의 수십페이지가 넘어갈 동안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그 글은 꽤나 진입 장벽이 높은 글이다. 그런 의미에서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은 상당히 높은 벽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뛰어난 소설들이 그 서두에서부터 독자들을 그 매력에 빠지게 하진 못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해서 매력적인 글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걸 생각한다면 이 소설, '나사의 회전' 역시 그 높은 장벽을 뛰어넘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 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간단한 액자식 구성을 하고 있는 '나사의 회전'은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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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분기 신작 일드 : 그들이 돌아왔다!본다/드라마 수다 2011. 4. 5. 23:46
행복해지자 幸せになろうよ (후지 게츠구, 2011年 4月 ~ 6月) 카토리 싱고, 쿠로키 메이사, 후지키 나오히토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있겠지만 일드는 계속되고 있고, 조금 변동이 있긴 해도 어김없이 봄을 맞은 2분기 신작들의 첫방송 날짜도 다가오고 있다. 솔직히 1분기 작품 중에 다 본 거라곤 아직 하나 밖에 없지만, 이번 2분기 라인업을 보다가 진심으로 헉! 소리를 냈던 나로서는 남은 1분기 드라마를 다 보는 것보다 새로 시작할 2분기 신작들이 더 기대될 뿐이다. 어느 정도냐면... 오랫동안 포스팅 슬럼프에 빠져있던 내가 흥분해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어지게 할 만큼. 하하. 이 포스팅의 제목인 '그들이 돌아왔다!'는 겉으로는 화려한 화제를 뿌렸던 전작들의 영광을 등에 지고 시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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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상용한자 2136 이거 하나면 끝! : 책 한 권으로 2136자 정복하기.그 외 2011. 3. 31. 20:43
일본어 상용한자 2136 이거 하나면 끝! 이성순 지음 ㅣ 동양북스 생각해보면 인생의 적이었던 한자. 일본 드라마나 영화, 음악 등에 관심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하기 시작한 일본어 공부의 가장 큰 난관은 역시 '한자'다. 이건 특별히 '한자'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특이 체질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다들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확실히 내가 생각해도 내 경우, '한자'는 굳이 일본어 한정이 아니라 늘 커다란 장애물이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제 2 외국어를 배웠던 고등학생 시절, '중국어'를 배울 때에도 한자 때문에 망한 기억이 있고ㅡ물론 중국어는 한자 뿐 아니라 성조가 날 괴롭혔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때에는 중고등학교 정규 교육 과정에 포함되어 있던 '한문' 과목도 내신의 복병이었으니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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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발 없는 치어리더 입니다 : 서투름이 매력적인 글,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3. 22. 20:13
2011. 012. 나는 손발 없는 치어리더입니다 어깨동무를 못해도 이어지는 마음이 있습니다 사노 아미 지음ㅣ황선종 옮김 편견이 있었다.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한 편견이 아니라,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들에 대한 편견 말이다. 문장 하나하나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힘겹고 감동적인 장애 극복기라던가, 정말 그런 일이,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주위엔 전부 천사며 성인들만 존재하는건가? 하고 물음표를 띄우게 될 정도의 미담이라던가,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이 그러리라고' 생각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선천성 사지 무형성'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노 아미의 이야기는 그렇지 않았다. 너무나도 솔직한 그녀의 글은 되려 나를 당황스럽게까지 만들었다. 결코 잘 쓰여진 글이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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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의 숲 '인간실격' : '이제 나는 완전하게,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3. 17. 22:12
2011. 011. 인간실격 세계 문학의 숲 005 : 人間失格 다자이 오사무 지음ㅣ양윤옥 옮김 문학 작품을 읽을 때에, 그 글을 쓴 사람에 대해서 항상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경우는 그의 주요 작품들이 대부분 그의 자전적인 부분을 반영하고 있기에 작가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하는 필요성이 생긴다. 그리고 그 것은 읽어야 할 글이 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세계 문학의 숲의 네 번째 작품으로 읽게 된 은 이미 한 번 읽었던 경험이 있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 접하는 소설을 읽기 전과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기대가 컸는데, 그건 내가 예전과 다르게 좀 더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내 기대는 들어맞았던 것 같다. * * * 이 소설은 액자식 구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