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웜 바디스(Warm Bodies, 2013) : 여기, 로맨틱 좀비 한 마리 있습니다.본다/영화를 봤다 2013. 4. 6. 15:29
웜 바디스Warm Bodies, 2013 원래대로라면 절대 볼 일이 없었을 영화, 웜 바디스. 왜냐하면 난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보지 않고, 좀비 영화도 안 보니까. 그런 내가 웜 바디스를 보게 된 건 친구와의 약속 시간까지 비어있는 두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금은 생각한다. 로맨틱 코미디도, 좀비 무비도 좋아하지 않지만 좀비의 로맨틱 코미디는 꽤 괜찮았다고.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이 'R'로 시작한다는 것 정도 밖에는 자신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는 좀비 청년(니콜라스 홀트)이다. 영화는 이 좀비 청년이 폐허가 된, 그래서 움직이는 것이라곤 좀비와 보니 뿐인 공항을 그냥 걸어다니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아, 보니는 그래도 인간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좀비들이 모든 걸 놓고 본능에 올인하게 될 경우 ..
-
7번방의 선물 (2012) : 펑펑 울어놓고 웃기지 말라고 해도 할 말은 하자.본다/영화를 봤다 2013. 3. 6. 00:53
7번방의 선물2012 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서 우는 일이 별로, 아니 거의 없는 사람이다. 눈물이 없는 편도 아니고, 영화를 많이 안 보는 것도 아니다. 그저 보는 이를 울리려고 작정하고 만든 영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보지 않을 뿐이다. 난 그런 영화를 우연히 볼 때마다 늘 '울라고' 협박당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사실 이 영화, 7번방의 선물도 볼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천만명이 보고도 더 볼 때까지 안봤던 거겠지. 내 영화 관람 패턴의 또 하나 특징인, 개봉 직후 관람 역시 실패한 영화란 얘기다. 참, 여러모로 이 영화는 내게 있어 예외적인 영화였다. 모르겠다. 까놓고 말해, 영화를 보면서 주룩주룩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이 내가 이 영화에 만족했다거나 좋아한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이 영화가 내..
-
늑대소년(a werewolf boy, 2012) : 자, 이제 순이에게 빙의할 시간입니다.본다/영화를 봤다 2012. 11. 13. 11:32
늑대소년a werewolf boy, 2012 사실 그랬다. 이 영화, 그렇게 적극적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지금 생각하면야 도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 싶지만, 여하튼 처음은 그랬었다.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송중기도, 하늘에서 내려온 요정 같은 박보영도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는 내게 있어 많고도 많은 배우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물론, 눈물이 줄줄 날 정도로 이 영화를 보게 해줘서 기쁠 뿐이고, 이 영화에 출연해줘서 감사할 따름. 오버 아니냐고? 그래, 오버 맞다. 하지만 한 번 순이에게 빙의해보세요. 이렇게 됩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그런 이야기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게 만들어 준 팀 버튼의 '가위손'과는 형제 영화라고 해도 될 정도. 그러니까 참..
-
잠복 : '어떻게 했느냐'보다 '왜 했느냐'를 이야기하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2. 8. 14. 22:50
2012. 000.잠복 張込み마츠모토 세이초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 1 마츠모토 세이초 지음 ㅣ 김경남 옮김 내가 마츠모토 세이초를 처음 만난 것은 2004년, 그러니까 8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난 그 때 그의 소설을 읽었던 건 아니었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일본 드라마를 봤었다, '모래그릇'이라는 동명의 제목을 가진. 당시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 어렸었고, 모래그릇이라는 작품이 주는 무게감에 짓눌려 결국 끝까지 보지 못했었다. 또 있다.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드라마 중 하나인 '야광의 계단'이 그렇고, '검은 가죽 수첩'이라든가, '짐승의 길' 같은 하나같이 무거운 사회의 혹은 인간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다양한 드라마들을 통해서 나는 마츠모토 세이초를 만나왔다. 그래서 나..
-
시간의 지도 : 작가와 줄다리기 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2. 3. 1. 23:52
시간의 지도 The Map of Time written by 펠릭스 J. 팔마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어 버렸다. 처음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부터 사실, 알고 있었다. 바쁜 일과 속에 책장 하나 넘기기가 힘든 내가 560 페이지나 되는ㅡ게다가 커서 들고 다니기도 힘든ㅡ이 책을 쉽게 읽어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절반 정도만 읽고 감상문을 쓸 작정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그러지 못한 나는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감상문을 쓸 수 없었고, 결국 이 아슬아슬한 시간에 자판을 두들기게 되어버렸다. 아아, 딱 하루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계속 책장을 넘기려는 과거의 나를 제지하고, 지금과 전혀 다른 내용의 감상문을 쓰게끔 할 수 있을까? 그..
-
밍크코트(Jesus Hospital, 2011) : 그 어느 것도 쉽지가 않다.본다/영화를 봤다 2012. 1. 12. 23:11
밍크코트 Jesus Hospital, 2011 독립영화, 뭐, 인디영화라고 해도 상관없다.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 라는 범주에 속하는 영화들을 볼 때면 늘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고, 아프다. 블록버스터는 말할 것도 없고, 설사 남녀간의 투닥이는 연애물이라 해도 사실은 판타지에 더 가까운 상업영화와 달리 독립영화들은 정말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영화들도 있지만, 최소한 이 '밍크코트'는 그러했다. 그래서, 조금 많이 불편했고, 아팠고, 답답했던 것 같다. 밍크코트의 영어 제목은 'Jesus Hospital'이다. 그리고 이 영화 속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불편한 삶의 단면은, 그렇다. 종교와 안락사, 그리고 가족간의 갈등이다. 이 이야기의..
-
미션 임파서블ㅣ고스트 프로토콜 (2011) : 미션 컴플리트!본다/영화를 봤다 2011. 12. 27. 12:17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Mission: Impossible: Ghost Protocol, 2011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세계적인 히트 시리즈의 전작들을 보고서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영화관을 찾았던 것은 이 영화가 개봉할 즈음엔 별달리 볼 영화가 없었던 탓일지도 모른다. 물론 농담이다. 하하. 어쨌든 이렇게 알 수 없는 기대감, 설령 단 한 번도 100% 만족하지 못했던 시리즈물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영화관을 찾게 만드는 '미션 임파서블'이 돌아왔다. 그것도 아주 멋지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통 작품 수가 늘어날 수록 점점 커져가는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는 여타 시리즈물들과는 다르게, 이 미션 임파서블의 네 번째 작품..
-
래빗 홀 (Rabbit Hole, 2011) : 괜찮아 보인다고 진짜 괜찮은 것은 아니다.본다/영화를 봤다 2011. 12. 25. 21:31
래빗 홀 Rabbit Hole, 2010 만약, 일생을 들여도 치유되지 않을 상처가 있다면, 그 중 하나는 아마 자신의 아이를 잃고 생긴 상처일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아름다운 니콜 키드먼이 정원을 손질하는 평화로운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 '래빗 홀'은 그런 상처를 가진 이들을 담고 있다. 베카(니콜 키드먼)은 저녁 초대를 위해 찾아온 이옷에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정원을 가꾸고 있다고. 영화는 불의의 사고로 4살 난 어린 아들을 잃은 부부, 베카와 하위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담는다. 얼핏 보기엔 꽤나 안정적이고 차분하게 보이는 풍경들. 다소 귀찮은 이웃의 초대를 물리치고 아내는 자신만의 특제 리조또를 만들고, 퇴근한 남편은 부엌을 기웃거리며 요리를 탐낸다. 만약 ..